
접수된 고소장, 경찰의 출석요구 대응법
살다 보면 본인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심지어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느닷없이 고소를 당하는 당혹스럽고 억울한 상황에 직면하곤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마련이고, 때로는 사소한 오해 하나, 감정적인 다툼 한 번이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직장 동료와의 갈등, 이웃과의 분쟁, 거래 상대방과의 마찰, 심지어 가까운 지인과의 관계에서도 언제든 고소장이 날아올 수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죄가 있든 없든, 고소를 당하면 피고소인은 필연적으로 수사 절차에 편입되고,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고소장이 접수되는 순간, 수사기관은 사건을 들여다볼 의무를 지게 되고, 피고소인은 그 과정에서 자신의 입장을 소명해야 하는 처지가 됩니다. 무고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절차를 피해 갈 방법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 수사 과정에서, 많은 피고소인이 공통적으로 겪는 결정적으로 위험한 순간이 있습니다. 법정에 서기 훨씬 전, 정식 조사실에 앉기도 전에 찾아오는 그 순간은 바로 경찰로부터 걸려 온 한 통의 전화입니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울리는 낯선 번호의 전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OOO씨 되시죠? 저는 OO경찰서 수사과 담당 형사입니다”라는 말 한마디. 이 짧은 순간, 많은 사람들은 극도의 당혹감과 긴장감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수사관의 질문에 즉흥적으로 답하기 시작합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변호인의 조력도 없이, 자신의 발언이 이후 수사에서 어떻게 활용될지도 모른 채 말이죠.
바로 이 전화 한 통이, 이후 사건의 흐름 전체를 바꿔놓을 수 있는 분수령이 됩니다.
수사기관의 친절한 말 뒤 숨은 진실

수사관은 전화로 사건의 경위를 짧게 설명하며 “별거 아니니 걱정 말고 편하게 나오셔서 조사받으시면 됩니다”라고 종용하곤 합니다. 말투는 부드럽고, 마치 가벼운 확인 절차에 불과한 것처럼 들리죠. 때로는 “그냥 참고인 자격으로 오시는 거예요”, “금방 끝나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라는 식으로 상대방의 경계심을 낮추는 표현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친절하고 다정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이 친절해 보이는 말 뒤에는 냉혹한 현실이 숨어 있습니다.
수사기관은 피고소인에게 고소장을 미리 정보공개청구해서 받아볼 수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려주지 않습니다. 내가 왜 고소를 당했는지, 고소인이 어떤 내용으로 어떤 주장을 펼치고 있는지, 어떤 증거를 제출했는지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조사에 임하게 되는 것입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전백승이라 했건만, 피고소인은 상대방의 패를 전혀 모른 채 게임 테이블에 앉는 셈입니다.
또한 수사기관은 변호인을 선임해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도 사전에 친절히 고지해 주지 않습니다. 변호인의 도움을 받으면 조사 전에 사건의 쟁점을 파악하고, 어떤 질문에 어떻게 답변하는 것이 유리한지, 어떤 말은 삼가는 것이 좋은지를 미리 전략적으로 준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피고소인은 이러한 권리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아무런 준비 없이 혼자 조사실 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물론 조사가 시작되기 직전, 수사관은 형식적으로 진술 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이 있음을 고지합니다. 이것은 법적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고지가 이루어지는 시점을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미 조사실 의자에 앉아 수사관과 마주한 상황, 심리적으로 극도로 긴장하고 위축된 상태, 사건의 내용도 파악하지 못한 채 무방비로 노출된 그 순간에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가 있습니다”라는 말을 들어봤자 사실상 무의미합니다. 그때는 이미 늦었기 때문입니다.
권리는 알고 있을 때 비로소 권리가 됩니다. 모르면, 그것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무준비 조사의 위험성

아무런 준비 없이 수사관의 날카로운 질문을 마주하게 되면, 누구나 당황하기 마련입니다. 평소에는 논리적이고 차분한 사람도, 조사실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제복을 입은 수사관과 단둘이 마주앉는 순간 심리적 압박감에 휩쓸리게 됩니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말이 꼬이고, 하고 싶은 말은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그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본인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답변을 내놓게 되고, 그것이 수사 기록에 그대로 남아 이후 수사와 재판에서 불리한 증거로 돌아오는 상황을 자초하게 됩니다. 한번 내뱉은 말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조서에 서명하는 순간, 그 진술은 공식적인 법적 기록이 됩니다.
이런 상황을 피하려면 사전 준비가 절대적으로 필수입니다.
그리고 그 준비의 출발점은 단 하나입니다. 조사를 받기 전, 최소한 이것 하나만큼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바로 고소장 정보공개청구입니다.
고소장은 이 싸움의 판도를 결정짓는 핵심 문서입니다. 상대방이 나를 어떤 혐의로 고소했는지, 어떤 사실관계를 주장하고 있는지, 어떤 증거를 토대로 수사기관을 움직였는지를 담고 있는 문서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모르는 상태에서 조사에 임한다는 것은, 상대방은 나의 모든 패를 알고 있는데 나는 상대방의 패를 단 하나도 모른 채 게임을 시작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질문이 날아올지, 수사관이 어느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지, 내가 어떤 지점에서 모순된 진술을 하게 될 위험이 있는지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태로 조사실에 들어서는 것입니다.
고소장을 먼저 확보하면 달라집니다. 상대방의 주장을 미리 파악하고 나면, 어디에 반박해야 하는지가 보입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은 어디인지, 과장되거나 왜곡된 내용은 무엇인지, 내게 유리한 정황은 무엇인지를 차분하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준비된 상태로 조사에 임하는 것과, 아무것도 모른 채 끌려가듯 들어서는 것은 결과에서 하늘과 땅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대응의 시작은 바로 고소장 정보공개청구입니다.
조사 중 기억할 당신의 권리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말처럼, 상대의 패를 알아야 나의 방패를 준비할 수 있어요. 또한 조사 도중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답변하기 어렵거나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간다고 판단된다면, 그 즉시 권리를 행사해야 합니다.
“지금 변호인을 선임하여 다음에 다시 조사를 받겠습니다”라고 당당히 요청하세요.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피의자의 정당한 권리이며, 결코 죄가 있음을 자인하는 행위가 아니에요.
스스로를 지키는 현명한 방법

법은 가만히 있는 사람을 보호해주지 않습니다. 법을 제대로 알고 무기로 사용할 때 비로소 스스로를 지킬 수 있어요. 수사기관의 친절한 독려에 휘둘리지 마세요. 철저한 사전 준비와 전문가의 조력을 통해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찾으시길 바랍니다.
고영남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