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금을 가르는 건물주의 거절, 통하는 핑계와 안 통하는 핑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2항·제5항 | 대법원 2018다284226 판결 등

안녕하세요. 법을 무기로 하면 당하지 않는다, 법무당 법무법인 휘명 고영남 변호사입니다.
지난 글에서는 계약 10년이 지나도 권리금은 보호되고, 계약 종료 6개월 전부터 종료일까지 새 임차인을 소개해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기간 안에 권리금을 받기로 한 새 임차인을 데려갔습니다. 그런데 건물주가 한마디로 거절합니다. "안 돼요." 권리금은 이대로 날아가는 걸까요? 건물주의 거절에는 통하는 핑계와 안 통하는 핑계가 있습니다. 오늘은 그 기준을 그림과 표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01 건물주는 함부로 거절할 수 없습니다
상가임대차법은 건물주가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이 주선한 새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해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제10조의4 제1항 제4호). 방해했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집니다(같은 조 제3항).
다만 법은 건물주가 거절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를 따로 정해 두었습니다. 아래 네 가지가 그것입니다.
■ 법이 정한 거절의 정당한 사유 (제10조의4 제2항)
| 호 | 법 조문의 내용 | 쉽게 말하면 |
|---|---|---|
| 1호 | 신규임차인이 보증금 또는 차임을 지급할 자력이 없는 경우 | 새 임차인이 돈을 낼 능력이 없는 경우 |
| 2호 | 신규임차인이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위반할 우려가 있거나 임대차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 새 임차인이 계약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것이 분명한 경우 |
| 3호 |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 | 건물주가 1년 6개월 이상 장사에 쓰지 않는 경우 |
| 4호 | 임대인이 선택한 신규임차인이 임차인과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고 권리금을 지급한 경우 | 건물주가 고른 사람이 권리금을 이미 낸 경우 |
이 목록에 없는 이유로 거절했다면, 그 거절은 권리금 회수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02 통하는 핑계 vs 안 통하는 핑계

▲ 건물주의 거절, 통하는 핑계와 안 통하는 핑계
통하는 핑계 ① "그 사람, 월세 낼 능력이 없어요"
새 임차인이 보증금이나 월세를 낼 자력이 없다면 건물주는 거절할 수 있습니다(제10조의4 제2항 제1호). 이때 자력은 통장 잔고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는 부동산처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재산도 함께 고려됩니다.
통하는 핑계 ② "1년 6개월 이상 비워 둘 겁니다"
건물주가 계약이 끝난 뒤 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쓰지 않는다면 거절할 수 있습니다(같은 항 제3호). 다만 말로만 그래서는 안 되고, 실제로도 그 기간 동안 장사에 쓰지 않아야 합니다. 거절해 놓고 얼마 안 가 직접 장사를 시작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세를 놓았다면,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안 통하는 핑계 "내가 직접 장사할 거니까 안 돼요"
가장 흔한 거절 이유지만, 법이 정한 정당한 사유가 아닙니다. 건물주가 직접 쓰겠다는 이유만으로 거절하면 권리금 회수를 방해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법원도 같은 입장입니다(대법원 2020. 9. 3. 선고 2018다252441, 252458 판결 등).
03 임차인도 지켜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정보제공의무
건물주가 '돈 낼 능력'을 판단하려면 정보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법은 임차인에게도 의무를 하나 두고 있습니다.

▲ 새 임차인 정보, 어디까지 알려야 할까
■ 정보 제공, 이렇게 정리하세요
| 구분 | 해야 할 일 | 이유 |
|---|---|---|
| 아는 정보 | 솔직하게 모두 제공 | 법이 정한 임차인의 의무(제10조의4 제5항) |
| 숨기거나 부풀리기 | 절대 금지 | 오히려 내 권리를 잃을 수 있음 |
| 모르는 정보 | 따로 조사할 의무는 없음 | 법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만 요구 |
정보 제공을 소홀히 하면 실제로 소송에서 불리해집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안에서 임차인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정보 제공이 증명되지 않아 진 사례
| 판결 | 법원의 판단 |
|---|---|
|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2023. 6. 22. 선고 2022가단90947 판결 | 주선행위나 신규임차인 정보 제공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청구 기각 |
| 서울중앙지방법원2017. 11. 14. 선고 2016가단5292899 판결 | 특정 신규임차인의 주선과 정보 제공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 |
💡 이것만은 기억하세요
새 임차인을 소개할 때는 누구를, 언제, 어떤 정보와 함께 소개했는지 문자나 내용증명으로 남겨 두세요. 말로만 소개하면 나중에 "주선 자체가 없었다"는 주장에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04 반전: 건물주가 처음부터 못 박았다면?
그런데 건물주가 아예 "누굴 데려와도 계약 안 해요"라고 못 박았다면 어떨까요? 이때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 거절의 모양에 따라 달라지는 임차인의 대응
건물주가 이미 누구와도 계약하지 않겠다고 명백히 밝혔다면, 임차인에게 새 임차인의 자력 정보까지 제공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한 행위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본 판결이 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23. 6. 15. 선고 2022나69582 판결, 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19다241165 판결 참조).
더 나아가 대법원은 건물주가 거절 의사를 확정적으로 밝혔다면, 임차인이 새 임차인을 실제로 주선하지 않았더라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19. 7. 4. 선고 2018다284226 판결).
"누굴 데려와도 안 된다"는 말, 그 자체가 중요한 증거입니다.
다만 단순히 내키지 않는다는 뜻을 비친 정도로는 부족하고, 거절 의사가 '확정적'이어야 합니다. 그러니 건물주의 거절 문자나 통화 녹음은 반드시 남겨 두세요.
05 지금 바로 확인하세요

▲ 거절에 대비하는 임차인 체크리스트
맺으며 거절의 '이유'가 권리금을 가릅니다
건물주가 "안 돼요"라고 했다고 해서 권리금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거절의 이유입니다. 새 임차인에게 돈 낼 능력이 없다면 거절이 통하지만, "내가 직접 장사하겠다"는 이유만으로는 통하지 않습니다.
임차인도 할 일이 있습니다. 새 임차인에 관해 아는 정보는 솔직하게 알리고, 소개와 거절의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입니다. 이 기록이 나중에 권리금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건물주가 끝내 권리금 회수를 방해했을 때, 손해배상으로 권리금을 받아내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법무당 — 법을 무기로 하면 당하지 않는다
법무법인 휘명 | 변호사 고영남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민사법 전문변호사 · 형사법 전문변호사
※ 이 글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과 관련 판결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하급심 판결은 개별 사안에 대한 판단이므로, 구체적인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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