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 전기통신금융사기 형사변론 ②
시키는 대로 돈만 뽑아줬는데 왜 직접 속인 사람과 똑같이 처벌받을까. 접견실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 이 글은 특정 사건이 드러나지 않도록 사실관계를 일반화·재구성한 것입니다. 실제 사건의 당사자, 일시, 장소, 금액 등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저는 심부름만 했습니다”
인출책·자금세탁책 사건의 피고인들이 가장 억울해하는 지점은 처벌의 무게입니다. 피해자에게 전화를 건 적도, 거짓말을 한 적도 없는데, 공소장에는 사기죄가 적혀 있고 법원은 직접 속인 사람과 같은 기준으로 형을 정합니다. 왜 그럴까요. 답은 ‘방조’와 ‘공동정범’의 차이에 있습니다.
형법은 남의 범죄를 도운 사람(방조범)의 형을 반드시 감경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역할을 나눠 함께 범행한 사람(공동정범)은 정범과 같은 법정형으로 처벌됩니다. 같은 행위라도 어느 쪽으로 평가되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림 1. 방조와 공동정범 — 이름 하나 차이가 형량의 차이를 만듭니다
법원은 왜 인출책을 ‘공동정범’으로볼까
보이스피싱 조직은 총책, 유인책, 인출책, 세탁책이 서로 얼굴도 모른 채 각자 맡은 조각만 수행하는 점조직입니다. 법원은 바로 이 구조에 주목합니다. 어차피 조직원 누구도 범행 전체를 다 알지 못하는 것이 이 범죄의 정상적인 모습이므로, “전체를 몰랐다”는 사정만으로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피해금을 인출해 현금·상품권으로 바꿔 조직에 넘기는 일은, 법원의 표현을 빌리면 사기 범행을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필수 역할’입니다. 돈이 조직 손에 들어가야 범행이 끝나는데 그 마지막 관문을 맡았으니, 단순히 옆에서 도운 것이 아니라 범행에 본질적으로 기여했다고 평가하는 것입니다. 명시적으로 모의한 적이 없어도, 순차적·암묵적으로 뜻이 통했다면 공모가 인정됩니다.
“몰랐다”의 문턱 — 미필적 고의
그렇다면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법원이 요구하는 인식의 수준은 생각보다 낮습니다. 두 가지가 겹치면 고의가 인정됩니다.

그림 2. 미필적 고의의 구조 — ‘어렴풋한 인식’과 ‘그래도 계속한 것’이 합쳐지면 고의입니다
실제 재판에서는 이 두 요소를 직접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법원은 정황을 종합해 판단하라는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일을 맡게 된 경위가 통상적인 채용으로 볼 수 있는지, 근로계약서 등이 정상적으로 작성되었는지, 지시자를 직접 만났는지, 보수가 업무에 비해 과다한지, 피고인의 나이와 사회 경력에 비추어 불법성을 인지할 수 있었는지 등입니다.
거꾸로 읽으면, 여기에 다툴 공간이 있습니다.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일을 시작했고, 거래 방식을 의심할 계기가 없었으며, 이상함을 느낀 즉시 그만두었다는 사정을 증거로 뒷받침할 수 있다면, 고의 자체를 부정하거나 최소한 공동정범이 아닌 방조로 평가받을 여지가 생깁니다. 실제로 일회적 관여에 그쳤거나 계좌만 제공한 경우 방조로 인정된 사례들이 있습니다.
결국 초기 대응이 경계선을 정합니다
공동정범과 방조, 유죄와 무죄의 경계는 수사 초기에 어떤 진술을 하고 어떤 자료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움직입니다. 채용 과정의 대화 기록, 업무 지시 내역, 그만두게 된 경위 같은 자료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경찰 출석 요구를 받으셨다면 첫 조사 전에 반드시 변호인과 방향을 정하시기 바랍니다.
| 비슷한 상황에 놓이셨다면, 혼자 판단하지 마십시오 첫 진술이 방조와 공동정범의 경계를 정합니다. 조사 전에 상담하십시오. 상담 문의 010-2035-5157 법무법인 휘명 · 변호사 고영남 · lawyerko.co.kr |
※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은 개별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에 소개된 사례는 특정 사건이 식별되지 않도록 일반화·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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