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법무당 형사전문 고영남 변호사입니다.
많은 분들이 “우리는 예전에 연인이었고 평소에도 스킨십이 잦았으니 문제없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하시다가 형사 처벌의 위기에 처하곤 합니다. 실제로 상담 현장에서 이런 사례를 매우 자주 접하는데, 대부분의 의뢰인들이 처음에는 “설마 이게 처벌받을 일이냐”는 반응을 보이십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냉정합니다. 과거의 관계가 어떠했든, 현재의 동의 여부가 핵심입니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선고된 판결을 통해, 왜 과거의 친밀함이 현재의 면죄부가 될 수 없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술자리에서 발생한 갑작스러운 접촉▲ 목차

이 사건의 핵심 사실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피고인은 전처인 피해자와 아들의 등록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식당에서 함께 술을 마셨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전 배우자 간의 만남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피고인의 일방적인 신체 접촉으로 인해 심각한 형사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첫 번째 행위 — 명시적 거부 의사 표시 이후의 신체 접촉은 강제추행?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현재 배우자가 있음을 상기시키며 “신체 접촉을 하지 말라”고 명시적으로 경고했습니다. 이 경고는 매우 중요한 법적 의미를 가집니다. 단순히 불쾌감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언어로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피해자의 옆자리로 이동해 허벅지, 어깨, 얼굴 등 신체 여러 부위를 만졌습니다. 법원은 이 시점에서 이미 피해자의 명시적 거부 의사가 확립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두 번째 행위 — 차량 내 강제추행
이후 차량 조수석에 탄 피해자에게 피고인은 갑자기 키스를 하며 가슴을 만지는 등 강제로 추행했습니다. 차량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피해자가 즉각적으로 피하거나 저항하기 어려운 상황을 이용한 것으로, 법원은 이를 더욱 중하게 평가했습니다.
피고인의 전형적인 변명과 논리▲ 목차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 측은 다음과 같이 항변했습니다.
“이혼 후에도 지속적으로 만나왔고, 평소에도 스킨십을 해왔기 때문에 강제추행이 아닙니다. 범행 의도도 없었습니다.”
이는 과거 연인이나 전 배우자 사이의 성범죄 사건에서 매우 흔하게 등장하는 변명입니다. 상담 현장에서도 이와 거의 동일한 논리를 내세우는 의뢰인들을 자주 만납니다. 언뜻 들으면 그럴듯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 항변을 정면으로 배척했습니다.
피고인 측은 이혼 후에도 두 사람이 자주 만나왔다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만남이 지속되었다는 것이 곧 신체 접촉에 대한 포괄적 동의를 의미한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단호히 거부했습니다.
만남의 지속성과 신체 접촉에 대한 동의는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두 사람이 아무리 자주 만났다 하더라도, 그 만남이 신체 접촉을 허용하겠다는 의사표시가 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 피해자는 만남 중에 명시적으로 “신체 접촉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이 경고 하나만으로도 피고인 측의 “우리는 자주 만났다”는 주장은 법적 의미를 완전히 잃게 됩니다. 만남의 빈도가 아무리 높더라도, 그날 그 자리에서 거부 의사가 명확히 표현된 이상, 이후의 신체 접촉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행위로 평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법원의 명확한 판단 기준▲ 목차

법원은 피고인의 주장을 일축하며 강제추행을 인정하고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에 따르면, 과거에 아무리 친밀했더라도 사건 당일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고 경고했다면 그 이후의 접촉은 명백한 추행입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주장하는 “이혼 후 지속적 스킨십”을 인정할 증거가 없을뿐더러, 설령 사실이라 하더라도 결론은 바뀌지 않는다고 못 박았습니다. 피고인에게는 벌금 500만 원과 함께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가 명해졌습니다. 또한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가 되어 경찰관서에 정보를 제출할 의무가 발생했습니다.
형사전문 변호사가 전하는 핵심 포인트▲ 목차

동의는 매 순간 갱신되어야 합니다.
과거의 동의가 오늘의 동의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이 원칙은 법조문 어딘가에 숨어 있는 전문적인 법리가 아닙니다. 대법원이 수십 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확인해 온 확립된 원칙이며, 최근 들어 하급심 법원에서도 더욱 엄격하게 적용되는 추세입니다. 연인 관계, 부부 관계, 전 배우자 관계를 불문하고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상대방이 불쾌감을 표시하거나 멈추라고 한다면 즉시 강제추행이 될 수 있는 행동을 중단해야 합니다. “한 번 말한 거 아니냐”, “진심으로 한 말이겠냐”는 식의 자의적 해석은 법정에서 통하지 않습니다. 거부 의사는 그 표현 방식이나 강도와 관계없이, 표현된 순간부터 법적 효력을 가집니다. 명확하게 “하지 말라”고 말했다면, 그 이후의 모든 신체 접촉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행위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난다”거나 “친밀함의 표현이었다”는 주장은 피고인 입장에서 보면 억울함을 표현하는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정에서 이러한 주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강제추행을 부인하는데 있어서 오히려 역효과를 낳습니다.
첫째, 법적으로 음주는 고의를 부정하는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행한 행위라도, 당시 자신의 행동을 인식할 수 있는 상태였다면 고의는 강제추행으로 인정됩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술에 취해 있었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상태에서도 피해자의 거부 의사를 인식할 수 있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핍니다. 이 사건처럼 피해자가 명확하게 언어로 거부 의사를 표현한 경우, 피고인이 그 말을 들었다면 인식 가능성은 충분히 인정됩니다.
둘째, “기억이 안 난다”거나 “친밀함의 표현이었을 뿐”이라는 주장은 재판부 눈에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비쳐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형사 재판에서 양형은 단순히 범행 사실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피고인의 반성 여부,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회복 노력, 재범 위험성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변명으로 일관하는 태도는 이 모든 양형 요소에서 불리한 평가를 받게 됩니다. 실제로 유사한 강제추행 사건에서 사실관계가 비슷하더라도 피고인의 태도에 따라 형량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를 저는 현장에서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강제추행 사건은 피해자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될 경우 매우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성범죄 사건의 특성상 범행 현장에 제3자가 없는 경우가 많고, 객관적 물증이 부족한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합니다.
대법원 판례는 피해자 진술이 ① 구체적이고 ② 일관되며 ③ 경험하지 않고서는 진술하기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고 ④ 허위 진술을 할 동기나 이유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다른 보강 증거 없이도 유죄 인정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것이 왜 중요한가 하면, 피고인 입장에서 “내 말도 있고 피해자 말도 있는데 어떻게 유죄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충분히 인정되면, 피고인의 부인만으로는 ‘강제추행’에 대한 무죄를 이끌어내기 어렵습니다.
“친밀했던 사이라서 괜찮을 줄 알았다”는 오해가 당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습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더 늦기 전에 형사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고영남 변호사
